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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한 복음 첫머리 읽기

요한 복음을 읽는 까닭은 “우리 모두 그리스도교를 믿자”라는 뜻이 아니라, 라틴어로 된 멋있고 유명한 문장을 읽으며 흥미를 돋우려는 의도입니다.
구약 성서는 주로 히브리어로 쓰였습니다. 여기서 ‘주로’라고 말한 이유는 외경이라고 불리는 구약 성서는 헬라어(희랍어, 그리스어)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종파에 따라 외경을 구약 성서로 인정하기도 하고 인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한편 신약 성서는 헬라어(희랍어, 그리스어)로 쓰였습니다. 나중에 구약과 신약 모두 라틴어로 번역됩니다. “불가타 성경”이라고 부릅니다.
라틴어 명사에 주격과 호격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오늘은 라틴어 명사의 ‘탈격’을 만나겠습니다.

in principio Verbum erat

인 프린치피오 베르붐 에라트 (1장 1절)
in principio에 Verbum이 있었다.” (한처음에 말씀이 있었다.)
in principio(인 프린치피오)는 “한처음에”, “태초에”라는 뜻입니다. principio(프린치피오)는 탈격(제5격, ablative) 형태입니다. 사전을 찾을 때 쓰이는 주격(제1격, nominative) 형태는 principium(프린치피움)입니다. 고대 라틴어를 읽는 관행으로는 ‘프린키피움’이라고 읽습니다.
탈격은 쓰임이 많아 어렵습니다. 일단 여기서는 “전치사 in 뒤에 탈격이 올 때가 있다”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Verbum(베르붐)은 “말씀”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verb, verbal 등 낱말이 여기서 왔습니다. 끝이 움(-um)으로 끝나는데요, 중성 명사 주격(1격, nominative)입니다. (문맥 상 ‘유일신’을 뜻하기 때문에 여기서만 대문자로 썼습니다.)
erat(에라트)는 여기서 “있었다”라는 뜻입니다. 영어 단어 was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한 복음은 독수리의 이미지로 자주 등장합니다. 마태 복음은 천사, 마가 복음은 사자, 루가 복음은 황소입니다.

et Deus erat Verbum

에트 데우스 에라트 베르붐 (1장 1절)
그리고 Deus는 Verbum이었다.(그리고 하느님은 말씀이었다.)
et(에트)는 앞에서 많이 살펴보았죠. 여기서는 “그리고”라는 뜻입니다.
Deus(데우스)는 “신” 또는 “하느님”입니다. 남성 명사 주격(1격) 형태입니다. 문맥 상 ‘유일신’을 뜻하기 때문에 대문자로 썼습니다.
erat(에라트)는 여기서 “있었다”가 아니라 “이었다”라는 뜻입니다. 영어 was에도 “있었다”와 “이었다” 두 가지 뜻이 모두 있지요. 마찬가지입니다.
요한 복음 첫머리를 “말씀 찬가”라고 합니다. 헬라어(희랍어, 그리스어) 성서에는 우리가 익숙한 낱말 logos(로고스)라고 나와 있습니다. 불가타 성서에서는 verbum(베르붐)으로 옮겼습니다. 원래는 다른 종파의 “지혜 찬가”였는데, 차용해서 말씀 찬가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in ipso vita erat

인 입소 비타 에라트 (1장 4절)
in ipso에 vita가 있었다.” (바로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다.)
in ipso(인 입소)는 “바로 그분 안에”라는 뜻입니다.
ipso(입소)는 남성 탈격(5격)입니다. 주격(1격)은 ipse(입세)입니다. “바로 그 사람”, “바로 그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Deus(데우스)를 받는 대명사입니다.
vita(비타)는 여성 명사 주격(1격)입니다. “생명”이라는 뜻입니다. 영어 vital, Vitamin 등이 여기서 나온 낱말입니다.
erat(에라트)는 여기서 “이었다”가 아니라 “있었다”의 뜻입니다.
조르주 라 투르의 그림 <요셉과 소년 예수>입니다. 어둠 속의 빛을 잘 그린 화가입니다.

et vita erat lux hominum

에트 비타 에라트 룩스 호미눔 (1장 4절)
“그리고 vita는 lux hominum이었다.” (그리고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et(에트)는 “그리고”의 뜻입니다. vita(비타)는 여성 주격(1격)입니다.
lux hominum(룩스 호미눔)은 “사람들의 빛”이라는 뜻입니다.
lux(룩스)는 주격(1격)이고 “빛”이라는 뜻입니다. 전구의 밝기를 말하는 ‘룩스(lx)’라는 단위가 여기서 나왔습니다.
hominum(호미눔)은 복수 속격(2격, genitive)입니다. 속격은 형태가 복잡하므로 나중에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rat(에라트)는 “이었다”의 뜻입니다.

et lux in tenebris lucet

에트 룩스 인 테네브리스 루케트 (1장 5절)
그리고 lux는 in tenebris에서 lucet한다.” (그리고 그 빛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
et(에트)는 “그리고”의 뜻입니다. lux(룩스)는 “빛”이라는 뜻입니다.
in tenebris(인 테네브리스)는 “어둠들 속에서”라는 뜻입니다. tenebris(테네브리스)는 복수 탈격(5격)입니다. 전치사 in(인) 뒤에 탈격이 와서 “~속에서”라는 뜻입니다.
lucet(루케트)는 단수 3인칭 동사입니다. 시제가 현재형입니다. 앞에 반복해서 나오던 erat(에라트)는 반과거 시제인데, lucet(루케트)에서 갑자기 현재형 동사가 됩니다. “그 빛은 지금 어둠 속에서, 우리들 가운데서 빛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탈격(5격, ablative)을 처음으로 만나보았습니다. 탈격은 이해하기 까다롭습니다. 일단은 ‘탈격이 전치사 in 뒤에 쓰이면 “~안에”라는 뜻’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나중에는 탈격 자체에 “~안에”라는 뜻이 있고, 전치사는 단지 그 뜻을 강조하기 위해 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후대의 언어들과 전치사의 개념이 매우 다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어떤 전치사 뒤에 탈격이 온다’고만 알아두시면 편리합니다.

정리 : 명사의 탈격

명사에는 주격(1격)과 호격이 있고, 탈격(5격)이 있습니다.
어떤 전치사 뒤에는 탈격(5격)이 옵니다. (예 : in + 탈격)
erat(에라트)는 “이었다” 또는 “있었다”의 뜻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격과 탈격으로 구성된 문장’을 알아보겠습니다.

라틴어에는 주격과 탈격 명사로 구성된 훌륭한 문장이 많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주격과 전치사와 탈격”만으로 구성된 유명한 라틴어 문장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라틴어 명문장을 감상하시겠습니다.